바야흐로 2070년, 우리는 아이돌 육성을 위해 세워진 피그말리온 학원 소속의 아이돌들이다. 피그말리온 학원은 여타 교육 기관과는 달리 학교보단 소속사에 가까운 기관이다. 실제로 유명 소속사인 ‘피그말리온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재단 소속이라는 이유로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피그말리온 학원은 아무나 입학할 수 없다. 아니, 애초에 자원 입학은 불가능하다. 피그말리온 학원의 모든 재학생은 학원으로부터 특별히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이 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요컨대, 우리는 전부 엄선된 인원이며 그 능력을 인정받은 아이돌이라는 것이다.
피그말리온 학원의 로고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피그말리온 학원의 2기 스카우트에서 스카웃된 피그말리온 학원 2기 재학생들이다. 그렇기에 학년은 나이에 따라 편의상 나누어진 것에 불과하며, 모두가 같은 기수의 동창이나 다름없다. 학교생활은 꽤 자유로운 편이다. 세상에 얼굴이 잘 알려진 아이돌들이라는 신분 탓인지, 학원 측에서 우리가 학원 밖으로 나가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전원 기숙사제로 이루어지며, 방학에도 수업은 없지만 학교 밖을 나갈 순 없다. 학교 수업의 대부분은 춤과 노래, 아이돌로서의 본분에 관한 것들이며 정식 교육 과정은 정말 필수적인 사항들만 배우기 때문에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동아리를 만들거나 독학을 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소수정예의 학생들을 위해 막대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손해는 아닐지도 모른다.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교내에 자율적으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동아리가 많으며, 예산 문제도 없기에 중복되거나 비슷한 활동을 하는 동아리를 만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한다. 유일하게 학교 측에서 만들어낸 동아리가 바로 학생회. 굵직한 행사들은 학생회가 아닌 학교 측에서 처리하지만, 자잘한 자치 활동은 학생회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노래한다. 고로 존재한다. 우리는 아이돌이 되기 위한 학생이라기보단, 더 높은 정상까지 올라가기 위한 아이돌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미 프로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세상은 오로지 우리에게 열광하고 있다. 피그말리온 학원과 같은 계열인 피그말리온 엔터테인먼트의 입김 덕분에 우리가 더욱 높이 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있지만, 정말로 우리는 대체가 불가능한 자산이었다. 우리만큼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아이돌은 세상에 없었다. 우리는 세상의 1군이었다. 매스미디어 독점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아이돌은 인기를 통해 그 가치를 증명받는다. 무대 위에서 관중석을 내려다볼 때, 우리는 정말로 아이돌, 즉 세상의 우상이었다.
